방금 마트에 갔다가 마트 바구니에 내가 가져간 장바구니를 놓고 왔다. 내가 아끼던 건데. 빨간색에 쿠키몬스터가 그려져 있던 거였다. 엄청 쨍한 빨강을 좋아해서 정말 좋아했던 가방이었다.
물건에 대한 애착이 커서 버릴 때가 되면 마음이 아파서 사진과 동영상을 많이 찍어두는데
이 친구는 이렇게 갑작스럽게 이별해버렸다.
그래서 이렇게라도 기록해두려고 한다.
그러면서 기억과의 이별에 관해 생각했는데
요즘엔 글을 쓰려고 해도 ‘그 시간에 차라리 ~를 하는 게..’ 하는 마음에 한동안 기록을 안 했는데
그러면서 사라져버렸을 것들이 있을 거란 생각에 아쉬워서 키보드를 두들기는 중
작년에는 아무리 바빠도 매 분기 빼놓지 않고 글을 쓰려고 했는데 올해 1분기가 끝날 때는 일이 많아서 결국 미뤘다.
2분기가 끝나가는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안 쓰면 또 그냥 지나가 버릴 거 같아서
그리고 이번엔 상반기의 끝이기도 하니 더 특별한 만큼 그냥 쓰기로 함.
이전에 쓴 것들을 시간이 지나고 다시 읽어보면 급하게 쓴 것들은 여기저기서 티가 나고 별로 마음에 안 들더라.
근데 어쨌든 그렇게라도 기록한 덕분에 미래의 내가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게 된 것들도 있으니까 일단 그냥 하고 나중에 수정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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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년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가?
많은 일이 있었다.
ㅋㅋ
그러고 보니 작년의 마지막 날에 코로나에 걸렸으니 새해 첫날에는 자가 격리 중이었다. 반년밖에 안 지났는데 이제는 정말 코로나에 관한 생각 전혀 없이 살아가고 있다는 게 정말 신기방기 뿡뿡방기다.
새해 목표가 무엇이었는지와 잘 실현되고 있는지 알아보자.
# CS
카메라에 흥미가 생겼다고 했었는데 또 바뀌었다.
당시에 입대하는 친구들을 만나서 나 카메라 할 듯- 이라고 했는데 금방 바뀌는 바람에 인편으로 ‘나 카메라 안 해 그때 내가 엄청 확신하면서 이야기했었던 거 같은데 정정할게…’ 라는 식의 이야기를 했었던 게 생각난다.
난 대체 왜 이러는 걸까 대체 무엇을 하고 싶은 걸까 할 때 나는 아트를 하고 싶은 건가- 라는 생각도 했다. 당시에 이것저것 알아보다가 본 픽사 애니메이터의 테드 강연에서 Wall-E의 눈동자를 그리는 이야기를 하면서 본인은 컴퓨터로 아트를 하는 사람이라고 하신 게 인상적이었다.
또 수업에서 프로젝트 발표 날에 어떤 분이 일상에 관한 이미지를 만드는 것을 제안한 것에 대해서 누군가 현실적인 이미지를 만드는 게 목적인지 물었는데
그때 본인은 예술가인 만큼 현실적인 것보다는 미적인 걸 중점으로 두려고 한다는 게 기억에 남는다.
오래전부터, 공학을 전공하면서 사회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싶었다. 그래서 그렇지 않은 기술들에는 솔직히 좀 부정적이었다. 그림을 그려주는 AI가 대체 왜 필요할까- 이런 느낌이었는데
요즘은 생각이 정말 많이 바뀌었고 나중에는 이런 것들도 연구하고 싶다.
사회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건 결국 무언의 가치를 위한 거고
예술에서 오는 게 그 끝에 누군가를 살게 한다면
결국 둘이 비슷한 듯하다.
(그리고 2년 전에 쓴 걸 보다가 비슷한 얘기를 했던 걸 보고 정말 놀랐다… 이때도 깨달은 듯이 말했지만 돌아보면 그러진 않았던 것처럼 지금 깨달은 것으로 보여도 2년 뒤에 비슷한 생각을 또 하고 있을 거 같기도 하다.)
예술가는 아니지만. 더 많은 사람이 예술을 즐기는 데에는 기여하고 싶다.
# ENG
마침 어제 이런 일이 있었는데
연초에도 이 이야기를 했었던 걸 보고 놀랐다.
ㅋㅋㅋㅋㅋㅋㅋ
혼자 미드 섀도잉도 해보고 영어 혼잣말도 해봤는데 다른 사람이랑 같이하는 게 제일 재밌고 효율적일 거 같아서 얘기를 꺼냈다.
절반 정도는 일상 이야기하고, 나머지 절반은 문제 푸는 이야기 하려고 하는데 영어 코딩 인터뷰의 간소화 버전 정도로 하면 좋을 거 같다.
그리고 영어로 발표할 일이 생기면 그 전에 한 번 리허설 해보고 영어로 질문까지 받아보면 정말 좋겠다.
# 프로필 사진
다이어트는 몇 번 시도해봤는데 진짜 안 되겠다. 식단을 한다? 그날은 종일 컨디션이 안 좋아서 일을 못 한다. 진짜임. 한 주를 돌아볼 때 특히 컨디션이 안 좋았던 날을 살펴보면 그날 식단 했던 날이었음. 일단 중요한 것에 집중하는 게 맞잖아.
그리고 프로필 사진 그냥 바꾸지 말까 싶기도 하다. 한참 쓰다가 서른 즘에 바꿔야겠다.
# 눈빛
‘눈빛’이라는 주제로 말하고 싶었던 것과 연관 지어 생각해보면 어느 정도 잘 하고 있는 거 같다.
화장실에서 거울을 볼 때마다 항상 내 눈빛을 유심히 살핀다.
아니 근데 저 글을 쓸 때는 세븐틴에서 승관 밖에 몰랐어서 나머지 둘이 별루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보니까 진짜 아니다. 저 짧은 순간으로 그들을 판단한 걸 반성했다.
# 바이올린
이것도 나름 잘 지키고 있다. 한 번씩 생각나면 연습도 하고 상태도 확인해주고 있다.
그리고 또 생각난 게
오랫동안 음악을 해왔고 좋아한다는 것을 특별하게 여겼는데 훨씬 더 전문적이고 깊게 다뤄오신 분들도 많이 만났고
절대음감인 걸로 무언가를 해볼 수 있지 않을까- 했는데 이미 기술이 많이 발전되어 있더라.
그냥 코딩 열심히 해야겠다.
# Always Positive
잘 했나? 몰루.
긍정적일 수만은 없는 상황에는 그냥 정말 모든 걸 놓고 싶을 때도 많았다.
‘미래는 도망가지 않아 내가 놓기 전까지’라는 가사에 많이 의지했다. 덕분에 끝까지 놓지 않을 수 있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요즘 하루는 일 - 세븐틴 - 일 - 세븐틴 - 일 - 수박 - 세븐틴 - 일 - … 느낌의 반복인데 이렇게 누군가를 덕질하는 게 너무 오랜만이다. 진짜 덕질은 삶에 이롭다.
세븐틴 역사가 오래된 만큼 파도 파도 새로운 게 나온다. (??: 넌 파도 파도 매일 새로워 예~ 예~) 오예.
예전에 수능 망하고 너무 절망적이었을 때 신서유기를 정말 많이 봤다. 이렇게 생각 없이 웃을 수도 있구나 싶었고. 이게 행복이구나! 했었다. 그냥 온전히 기분 좋음 그 자체가 내 몸에 가득 차는 느낌.
지금 고잉 세븐틴을 보면 딱 그런 느낌이다. 그 시간만큼은 정말 아무 생각 드는 거 없이 그냥 엄청 웃는다. 그러면 기분이 좋아진다! 그럼 다시 머리를 쓰러 간다.
이렇게 계속 살아가지 않을까 싶다. 내가 놓기 전엔 도망가지 않을 미래가 있으니 오늘도 파이팅 해야지.
알고 계셨나요? 지금까지 분기 회고 글은 모두 송민호 노래 가사였는데요, 이번에는 세븐틴 노래의 가사랍니다. 아 그래도 송민호는 언제나 저에게 원앤온리입니다.
투비 컨티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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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년 상반기] 그러니까 내 말은 너를 다 알고 싶어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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