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생각한 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조금이라도 생각한 대로 흘러가게 하려고 계획을 세우는 거겠지?
그럼에도 항상 예상치 못한 순간에 예상치 못한 일이 생기기 마련이다. 그리고 나면 이전에 세웠던 계획은 다 엎어질 수밖에 없다.
세 달 전의 나도 계획을 세웠지만 전혀 지키지 못했다. 너무나도 많은 변화가 있었고, 하나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다가도 그다음 주에, 그다음 주에는 그것에 대해 완전히 다른 생각을 했다. 그리고 불과 일주일 전의 내가 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런 생각을 하고 있던 걸까에 대해 생각했다. (ㅋㅋ) 매주 완전히 다른 사람이었다.
# 이사
계획에 없었는데 어쩌다 보니 이사하게 됐다.
'집'이라는 공간이 삶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사람마다 다르다. 누군가에게는 오로지 잠을 자기 위한 공간일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는 방마다 역할을 부여하여 사무실이나 스튜디오로도 사용하는 공간일 수도 있다.
나에게 집은 공부가 가장 잘 되는 공간이면서 내가 가장 편하게 쉬는 곳이다. 그만큼 시간을 정말 많이 보내고, 집으로부터 아주 많은 영향을 받는다는 걸 알게 됐다.
이사한 덕분에 더 자유롭게 집을 구성하고, 정말 사소한 것들까지 내 생각과 의도를 반영하여 결정할 수 있게 됐다.
내가 가장 크게 영향을 받는 공간이 내가 모든 걸 마음대로, 원하는 대로 할 수 있는 공간이라서 정말 좋다.
# 문화생활
시카고
새해 첫날부터 시카고 봤다. 이로써 딱 10번이다. ㅎㅎ 서울에서 공연할 때 9번 보면서 '이렇게 많이 봐도 그래도 열 번 안 본 거다!'라고 했는데 결국 채웠다.
윤공주-민경아-최재림 배우님 페어였고, 사실 이 페어로 이미 두 번 봤기 때문에 세 분이 어떠신지 너무 잘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시카고를 보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민경아 배우님은 정말 대단하시다. 어쩜 그렇게 그 역할에 몰입하시는지... 내가 무대에서 연기하는 걸 상상해보면, '배우'라는 타이틀이 나를 아무리 보호해주더라도 앞에 관중이 있으면 뭔가 부끄러워질 거 같다. 그게 배우와 배우가 아닌 사람의 차이인 거겠지? 아 ㅋㅋ 너무 당연한 이야기를 한 거 같아서 좀 이상하다. 여튼 배우님은 이날도 최고셨다는 거다.
고양 아람누리 아람극장에서 봤는데 조명이 뭔가 이상했다. 뒤에서 비추는 조명에 관중이 그림자 져서 무대에 지는 느낌이었다. 뭔가 이질감이 있었다.
하데스타운
최고의 뮤지컬이다. 정말 최고다. 나는 어째서 아직도 후기를 안 적은 것일까. 나중에 적고 여기에 링크를 업데이트 해야겠다.
레베카
뮤지컬을 보면서 작품이 나와 맞지 않는다고 느낀 적이 몇 번 있긴 했지만, 보는 내내 '언제 끝날까'라는 생각을 한 건 정말 처음이었다. 견디기가 너무 힘들었다. 그래도 나와 맞지 않는 작품을 억지로 보는 것이 얼마나 고통스러운 일인지를 깨달은 덕분에 '뮤지컬의 이해'라는 교양 수업 신청했던 걸 취소했다. 이것도 곧 후기를 적고 글 링크를 업데이트할 예정이다.
지킬앤하이드
워낙 유명한 만큼 굉장히 기대됐고 정말 좋았다. 홍광호-선민-민경아 배우님 페어로 봤는데 정말... 최고였다. 홍광호 배우님의 지킬이 왜 그렇게 유명하신지를 깨달아버렸다. 선민 배우님과 민경아 배우님도 최고셨다. 이것도 후기 적고 링크 업데이트해놓길...
# Happy 8000
내가 태어난 지 8000일이 되는 날을 기념했다.
1000일은 2년 9개월 정도 되는 꽤 긴 시간이다.
지금 내 삶만 보더라도, 1000일 주기는 아직 8번밖에 지나지 않은 거다. 이렇게 꽤 많이 살았는데.
그래서 탄생의 1000일 주기를 나만의 기념일로 정해두고 있다.
7000일, 스무 살의 나는 수능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날 하루가 엄청 생생하게 기억나진 않지만, 나와 생일이 비슷한 친구에게 카톡 했던 걸 보니 인지하고는 있었던 거 같다.
우리 말투 왜 이렇게 건조하지? ㅋㅋㅋㅋ
8000일, 스물셋의 나는 오전에 피티를 받았고, 오후에 맛있는 걸 먹었고, 저녁에 뮤지컬을 봤다.
피티에서는 자극이 잘 느껴져서 '드디어 깨달은 건가!'라면서 감탄했고, 오후에 먹은 스테이크가 정말 맛있었고, 저녁때 본 뮤지컬은 너무나도 충격적이면서 감동적이었다.
그리고 친구는 오랜 꿈을 이루러 갔고, 나는... 꿈을 찾는 과정에 있었다. ㅎㅎ
9000일, 스물다섯의 나는 어디서 누구와 무엇을 하고 있을까, 나는 그때까지 무얼 이루고 싶은가에 대해 생각했다.
뭐든 간에 그동안 무슨 일이 있을지 많이 기대된다.
그러다 문득, 이러한 기대는 나의 앞길에 관해 결정된 게 진심으로 하나도 없기 때문이라는 걸 알게 됐다.
결정된 게 없어서 항상 불안했는데, 정해진 게 없다는 건 예측이 불가능하다는 거고, 그래서 기대할 수도 있는 거였다.
앞으로의 미래가 너무 뻔하게 그려져서 기대되는 게 없는 것보다는 나은 거 같았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내 인생은 정말이지 내가 생각한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예상치 못한 사건과 기회가 생기고, 새로운 경험을 하면서 또 다른 생각을 하게 되고.
그러면서 나라는 사람이 정말 계속 빠르게 바뀌고 있다는 느낌이다. 그러니까 말이야. 1000일 후의 나는 또 어떤 사람일지, 얼마나 달라질지.
많이 기대된다.
9000일도 좋지만 10000일이 정말 기대된다! 10000일은 거의 27년 정도 되는 시간이기 때문에 정말이지 삶에서 몇 번 찾아오지 않는 기념일인 거다.
10000일의 나는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다른 분들도 본인의 탄생일에 대한 디데이를 한번 세어보면 좋겠다. 별거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 하루를 굉장히 특별하게 보낼 수 있다.
그리고 연애 시작일에 대한 디데이를 세는 게 그걸 특별하게 여기기 때문인 것처럼, 내가 세상에 나오게 된 것에 대한 디데이를 세는 것도 충분히 의미 있는 거 같다.
# 나를 사랑하지 않는 나에게
최근에 학교에서 '고인물이 샘물에게'라는 새내기 멘토링 프로그램에서 강연했다.
그때 기록의 중요성과 블로그를 운영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 자기소개서 등은 '나'를 보여주기엔 너무나도 한정적이지만 블로그에 본인에 대해 꾸준히 기록해놓고 나중에 그 블로그 주소 하나를 건넨다면 내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 더 구체적으로 보여줄 수 있을 거라고 했다.
여기서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잘 보여주는 게 쉽지 않다고 이야기할 때
'본인이 얼마나 매력적인 사람인지 보여주는 게 쉽지 않은 거 같아요.'
라고 했었다.
말하는 중에는 전혀 몰랐는데 나중에 녹화한 걸 다시 보다가 알게 됐다.
되게 묘했다. 이 말을 뜯어보면 전제는 내가 나를 매력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거 같았다.
대부분 자존감이 높은 사람이 되고 싶어한다. 그리고 본인이 무언가 안 좋은 마음을 갖는 것에 대해 '내가 자존감이 낮아서 그래.'라는 이유를 대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나도 자존감이 높은 사람이 되고 싶었고 한동안은 내가 그런 사람이라고 생각해왔다.
그런데 한 번은 폴킴님의 노래 <나를 사랑하지 않는 나에게>를 듣고 깨달았다.
나는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
그러자 누군가는 그럼 나를 싫어하는 거냐고 했다.
싫어하는 게 아니다. 그냥 사랑하지 않는 거다.
자존감이 높은 사람이고 싶어서였는지 아니면 내가 정말로 자존감이 높다고 생각해서였는지는 모르겠지만, 한때는 '난 최고야!', '난 뭐든지 할 수 있어!' 식의 말을 진심에서 우러나와서라기보다는 약간은 일부러 한 경향이 있었던 거 같다.
그런데 최근에 그 강연에서 나도 모르게, 전혀 의식하지 않고도 저런 말을 한 걸 보고 이제 자존감이라는 게 진짜로 많이 높아진 건가, 나를 사랑하는 건가, 그런 생각을 했다.
돌이켜보면 작년 한 해는 나에게 과도기 같은 시기였다. 학술적으로 정의된 사춘기의 시기에는 딱히 질풍노도를 겪지 않았는데, 그게 나에게는 늦게 찾아온 거 같기도 하다.
지금 와서 돌이켜보니 작년 한 해 동안 정말... 수고가 많았다. 그 당시에는 몰랐다. 매 순간 생각이 많고 고민이 많고 너무나도 다양한 감정을 느끼는 그 모든 게 너무 익숙해져서 특별한지 몰랐는데 지금 와서 보니 꽤 복잡했던 거 같다.
그 모든 걸 겪은 과거의 나 덕분에 지금의 내가 있다.
요즘 종종 내가 나라는 사람에 대해서 정말 잘 알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한다. 그렇다고 내가 예전에 나를 잘 모른다고 생각했던 건 딱히 아니지만 말이다. 그냥 이제는 나를 정말 잘 알고 있다는 느낌이다.
또 요즘은, 이런 게 좀 안정적인 상태의 느낌인 건가? 싶을 때가 많다. 그런 생각을 한다는 건 내가 지금 그런 상태라는 거겠지?
새해가 1/4 지난 시점에서 작년을 돌아보니 한 해 동안 꽤 많이 성장한 거 같다. 학업적인 면에 조금 소홀했던 탓에 작년에 아무것도 한 게 없다고 생각했는데, 그 한 가지 요소 때문에 내가 얻은 다른 것들이 잘 안 보였던 거다.
올해도 보람찬 한 해가 되길.
# 22년 1분기 계획을 돌아보자
중요한 것 3가지
1. 신촌 연합 알고리즘 캠프
초급, 중급 스터디 완주와 중급 Camp Contest 수상이 목표였다.
어림도 없지. 전혀 참가하지 않았다. 부끄럽다.
2. 개인적인 공부
서비스를 만들고 싶었다.
그리고 3일 뒤에 이 서비스는 안 만들어도 되겠다고 판단했다.
3. 운동
유일하게 조금이라도 지켰네. 그런데 항상 그렇듯 더 잘할 수 있었을 거 같다. 이것도 아쉬운 게 많다.
3대 200을 달성하는 게 목표였는데 딱히 측정해본 건 아니지만 아직 부족한 거 같다.
일상적인 계획
운전을 연습하는 게 목표였는데, 운전 연수를 받긴 했으니 그래도 아무것도 안 한 건 아니다. 그렇지만 그 후에 아직 한 번도 운전을 안 했다. 더 부지런해져야 한다.
완주
신촌 연합 알고리즘 캠프 참가와 개인적인 공부는 완주는커녕 시작도 제대로 못 했네. 정말 부끄럽다.
운동은 완주를 위해 가는 중이고, 운전 연습은 연수받았으니 이제 막 시작한 정도인 거 같다.
# 22년 2분기 계획
위에서 보듯이, 지금 계획을 세워놔도 앞으로 3달 동안의 나는 지금의 나와 완전히 다른 사람일 것이기 때문에 대부분 지키지 못할 거다. ㅋㅋㅋㅋ 그래도 일단 적어보겠다.
중요한 것 3가지
1. 학교 공부
과제가 밀려오기 시작한다. 다 잘 끝내고 이번 학기를 잘 완주하면 좋겠다.
2. 글쓰기
글 쓰는 게 재밌는 만큼 정말 꾸준히 글을 쓰고 싶다. 지금 내 블로그 카테고리에 있는 다양한 주제들에 대해 골고루 꾸준히 글을 쓰려고 노력해야겠다.
그리고 꼭 써야 하는데 아직 안 쓴 글들이 많다. 예를 들어 작년 학회 관련 일들은 글 업로드가 늦어질수록 더 민폐일 것이기 때문에 정말 최대한 빨리 쓸 계획이다.
3. 운동
운동이 여기에 들어가는 게 맞는지 의문이다. 운동은 '중요한 일'로 특별하게 분류하기보다 일상이 되어야 한다는 걸 깨달아버렸다.
그래도 목표가 있으니 여기 적어보자면, 체지방률 20%를 달성하고 싶다. 그때까지 식단을 유지할 생각이라 이번 분기 안에 달성하면 좋겠다. 벌써 먹고 싶은 게 너무 많다. ㅎㅎ. 운동도 열심히 해서 최대한 빨리 이뤄야겠다.
그리고 워치 Fitness에서 매일 링 세 개 모두 채우기. Longest Move Streak 기록 세우다가 운동 안 해서 깨지니까 아쉽더라. 쭉 한번 가보자고.
애플은 정말 대단하다.
개인 공부
7학기 조기졸업이 목표라 다음 학기에 캡스톤디자인1을 들어야 한다. 그걸 위해 앱 프로그래밍을 공부해야 한다. 이게 맞나 싶지만 이게 맞다. 가보자고…
모든 일이 다 잘 풀릴 거라는, 긍정적이면서 어떻게 보면 계획이 부족한 마인드로 살아가고 있다. 물론 내가 생각하는 최상의 시나리오로 모든 게 잘 풀리면 좋겠지만 혹시 그러지 않을 상황을 대비해서 다양한 방면으로 준비해야 한다.
내년이면 벌써 4학년이다. 이제는 정말 모든 걸 구체화해나가야 할 때다.
다 적고 보니 너무 과거 이야기만 한 거 같다. 예전에 성공하는 사람은 과거보다 미래에 더 비중을 두고 이야기한다는 걸 보고 감명받았는데. 그래서 이 분기별 글을 쓸 때는 최대한 미래 이야기를 많이 하고 싶은데 쉽지 않다. 흠 그래도 회고의 의미도 갖는 글이니까 나름 괜찮을지도. ㅎㅎ. 파이팅 하자고!